지난밤 불규칙한 진통으로 걱정스럽게 잠이 들었는데
어김없이 새벽 2시에 강한 진통이 시작됐다
평균 10분 간격이던 통증은 점점 줄어
5분 간격으로 줄어들었다
미리 준비해둔 출산 가방을 챙겨서
새벽 3시 40분에 집을 나섰다
10킬로 거리 병원인데
차의 흔들림에 진통이 심해져 빨리 달릴 수 없었다
티브이에서 출산이 임박한 산모들을
고속으로 달려 병원에 데려다주는 장면들은
모두 거짓이었다
시속 30km로 기어가듯 달려
4시 20분쯤 도착한 병원
튀튀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스스로 걸을 수 없는 상태
바로 침대에 누워 태동검사와 진료를 보았다
산도가 5cm가 열린 상태였다
5시 30분에 가족분만실로 이동하여
10cm까지 열리길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다
처음 접해보는 가족분만실은 생각보다 아늑하고 쾌적했다
휴식시간 없이 진통이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고통이 커지는듯했고
튀튀에게 힘내라는 말을 건네자...
별 도움 안 되는 말 말고 무통주사 같은
현실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라고 한다
간호실에 무통주사 요청을 했다
6시 25분 무통주사를 시술하고
6시 50분 진료에서 8cm라고 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
그 후로도 2시간을 통증에 시달리며
힘든 시간이 계속되었고
8시 30분에 두 번째 무통주사가 들어갔다
9시가 되자 담당교수님께서 오셔서 진료를 보고
조금 더 내려오면 되겠다고 하신다
9시 30분에 분만실로 출산을 위한
트레이들이 퍼레이드처럼 들어온다
튀튀의 손목과
곧 태어날 순둥이의 발목에 채워질
이름표를 보니 마음이 두근거린다
긴장된다
간호사 두 분께서 분만을 유도하시는데
튀튀가 너무 힘들어한다
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프고 미안해진다
베테랑 간호사 두 분이 추가로 투입되고
9시 50분에 교수님이 들어오신다
보호자는 나가 있으란다ㅜㅜ
복도에서 닫힌 문을 보면 기다리니
1분 1초가 더디게 흐른다
깨알같이 준비한 액션캠을 꺼내
바디 스트랩에 장착하고 동영상 찍을 준비를 한다
튀튀가 보면 어이없어하겠지만
순둥이와의 첫 만남을 기록하고 싶다
초조하게 10분이 지났을까...
문이 열리고 위생장갑을 끼라고 한다
10시 4분
3.675kg 순둥이가 태어났다
분만실에 들어서자 힘들어하는 튀튀가 보인다
너무 장하고 안쓰럽다
보듬어주고 싶지만
위생상 다가갈 수가 없다ㅜㅜ
가위가 손에 쥐어지고
대망의 탯줄 커팅식이 거행된다
잘 안 썰린다
두 번째 가위질에 성공하며
튀튀와 순둥이의 열결 고리를 끊어냈다
핏덩이 순둥이가 튀튀의 품으로 전해지자
가슴이 뭉클하다
오늘 하루 얼마나 많은 튀튀의
신음과 눈물이 있었는지 셀 수가 없다
너무 고생 많았고 잘 해낸 튀튀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튀튀의 품을 벗어나 분만실을 떠나는
순둥이를 그제야 안아볼 수 있었다
너무 작고 귀엽다
혼신의 힘을 다해 울지만 작은 소리
어둠을 뚫고 세상으로 무사히 나와준
순둥이가 대견하고 고맙다
순둥이가 어제오늘 태어난 친구들 곁으로
가고 난 뒤
나는 튀튀 곁으로 가서
수발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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